소설보다 드라마, 분위기가 이끌어가는 이야기-황보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클레이하우스, 2022.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저자 황보름출판 클레이하우스 발매 2022년 01월 17일.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정서에 의존하고 있는 작품입니다.이 정서에 동감하는 사람이라면 호감을 느끼겠지요, 아니면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들죠.서사는 온화하고 캐릭터는 개성을 강조하지 않고 대체로 분위기를 통해서 스토리텔링이 열립니다.물론 그럼에도, 서사가 진행되고 갈등이 제시되어 해소됩니다.온화한 말 그렇다고 이들 컴포넌트가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제시되는데 관심이 집중하지 않거나 그 해결이 쉽게 된다는 뜻입니다.예를 들면 작품 후반부에 서점 주인”영주”라고 그녀의 전 남편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제시됩니다.영주와 작가”형·승우”이 호감을 느끼는 관계로 진행 중이어서 전 남편의 에피소드는 분명히 갈등 요소입니다.그러나 이내 싱겁고 풀어 버립니다.승우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으면서 그저 영주가 스스로 자책하고 걱정하지만 그만큼 공감할 수 없습니다.갈등을 만들기 위한, 혹은 먼저 깔린 복선을 회복하기 위한 억지 고집에 가합니다.게다가 이는 작중 인물들도 알고 있습니다.조언을 하고 걱정도 하지만, 영주 혼자서 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그나마 별로 하지 않아 흐지부지 해결되는데요.
작품을 읽는 동안 소설보다는 담담한 드라마에 더 적합하다고는 생각했어요. 분위기 중심이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이 이미 익숙한 성격과 설정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부 인물은 특정 배우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맘대로 캐스팅’ 놀이를 해도 재밌을 것 같아. 검색해보니 2022년 10월 오연서 이수혁 배우가 참여한 오디오 드라마 콘텐츠가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배우들은 아니지만 작품에 어울리는 부분이 있네요.
반면 이 소설 곳곳에 여러 책들이 소개되고 서점과 독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제시되었는데, 이는 그리 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영주와 책벌레, 아르바이트, 상수의 지식을 자랑할 수 있는 계기라는 기능이 가장 큽니다. 캐릭터의 특성을 일부 나타낸다는 사실은 분명히 장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는 작품의 서사와 긴밀하게 관련된 것은 아닙니다. 서사적 측면에서는 그저 장식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생각도 다소 막연하고 일반론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격렬하게 공감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익숙한 수준의 결론일 뿐이에요.
가끔 이 작품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보입니다. 이건 방향이 잘못된 지적이에요. 물론 현재를 배경으로 해서 현실적인 문제들이 고민과 갈등 요인으로 제시되고 등장인물들이 동네 사람처럼 느껴지더라도 어디까지나 허구, 즉 허구의 이야기잖아요. 이를 간과한 채 등장인물들이 경제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자녀의 학업 문제를 중요시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소설이라는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비현실적인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점은 작품 설정과 스토리텔링의 연관성입니다. 아쉽지만 여기서 제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어요. 저와는 다른 느낌으로 이 작품을 감상하신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 느낌도 존중합니다.